25년 회고

25년 회고
Photo by Land O'Lakes, Inc. / Unsplash

이 블로그에 작성한 마지막 회고가 24년 1월이었다.

23년까지만 해도 2~3달마다 회고를 쓰곤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블로그가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지면서 회고를 더 이상 솔직하게 쓰지 못하게 되었다. 글을 쓸 때 다른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나를 생각하면서 쓰게 되었달까.

그걸 인지한 직후 작성한 모든 회고를 비공개로 돌렸다.

최근 이전에 썼던 회고들을 다시 보았는데, 그때의 나는 참 열정이 넘쳤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힘들었던 것 같은데, 회고를 쓰면서 주기적으로 동기부여가 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25년의 마지막을 앞둔 지금, 나는 다시 회고를 쓰기로 결정했다.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회고를 쓰면서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을 다시 되새기고, 후회 없는 하루, 한 달, 일 년을 살고자 한다.


나의 비전은 무엇인가. 이전 회고를 살펴보면, 23년의 나는 “내가 만든 프로덕트가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라고 외쳤었다. 그리고 24년의 나는 그 비전이 위선이었던 것 같다며 폐기했다.

지금의 나는 폐기했던 그 비전을 다시 꺼내보고자 한다. 내가 좋아하는 롤모델들 - 일론 머스크, 데미스 하사비스, 이건희, 손정의 - 이들은 수십 년 앞을 내다보고 자신의 인생을 바쳐 끝내 증명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수천, 수억 명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이들을 동경하는 나는, 아무래도 가슴속에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놓고 싶다는 꿈이 있는 게 분명하다.

이들과 다른 점이라면, 많은 점이 다르지만 특히 부족한 점은 인사이트와 리더십이 아닐까. 이 두 개는 노력으로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많은 자료를 접하고 최전선에 있는 테크 리더들의 의견을 팔로우업하면서 그들의 논리 전개 방식을 학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전종현님의 뉴스레터를 많이 참고하고 있는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뉴스레터에 담은 본인의 생각들이 논리 정연하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다. 내가 걷고 있는 커리어의 전문성에, 전종현님과 같은 인사이트를 갖게 되는 것이 내 중기적인 목표이다.


25년 회고

사실 올해 초에 25년의 계획을 잡아놓았었다.

내가 해야 할 일들 중 중요한 것을 우선적으로, 그중에서도 긴급한 것들을 위주로 하자고 마음먹었기에 당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분류했었다.

25년 초에는 코인 트레이딩에 한참 빠져있었기에 코인 관련 활동들을 적어놓은 것이 눈에 띈다. 지금은 코인 단기 트레이딩이 내 패턴과 맞지 않는 것을 깨달아 투자 스타일을 바꾸어 놓은 상태이다.

나머지 중요/긴급은 주로 회사 일인데, 구체적인 일정은 틀어졌지만 올해 회사 일에 충분히 집중하였기에 어느 정도 연초에 계획한 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중요한 일인데 긴급하지 않은 일들은 자기계발과 가족에 대한 일들로 적어놓았다. 사랑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특히 가족에 대한 사랑은 유효한 기간이 있기에 자주 찾아뵙고 나누려고 한다.

자기계발에 적어놓은 일들은 꾸준히 한 것도 있고, 하지 못한 것도 있다. 코딩 테스트 같은 것은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의미가 이전보다 덜 해졌다고 생각하여 하지 않았다.

가장 노력을 많이 했던 일은 바로 독서이다. 초반에는 계획한 대로 일주일에 1권을 읽었었는데, 도무지 짬이 나지 않아 한 달에 1권 목표로 변경했고 올해 15~20권 정도는 읽은 것 같다. 특히 집중했던 것은 개발 도서만 읽지 않고 소설이나 다른 분야의 책들도 읽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예전에 나는 소설은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짧은 시간에(=가성비 있게) 경험할 수 있는 매개체이며 많은 소설을 읽을수록 많은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다. 회사에서 실무 레벨에서의 작은 일을 할 때는 도움이 크게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을 수행할 때는 분명한 도움이 된다. 경영자가 어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여러 사람들을 팀으로 묶어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을 비교적 비슷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살아온다. 다시 말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나와 생각이 대체로 비슷하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이과를 나온 사람들은 이공계에 진학하며 회사에서도 그런 분야를 택하고, 이들은 대체로 생각이 비슷하다. 다른 분야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나의 "상식"은 대단히 좁아지고,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만났을 때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내게 이러한 어려움을 완화해주는 수단인 것 같다.


25년에 했었던 활동들 - 회사, 재테크, 독서, 운동 등 - 을 하나하나 풀자니 글이 너무 길어진다. 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대신 앞으로 회고라는 형식을 취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들을 글로 자주 풀려고 한다.

26년은 25년보다 더 행복하고 알찬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